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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숲 Poem/사랑 & 행복

내 사랑은

by 포레스트웰빙 2020. 11. 10.

▷ 내 사랑은 깨끗한 새벽하늘에 서늘한 별빛, 그런 칼날이고 싶다

▷ 새벽 바다의 울음, 그런 가장 낮은 흐느낌, 내 그리움은 가장 깊은 수심에서 일렁이는 물결

▷ 내 외로움은 풀어지는 안개, 모래밭에 떨어지는 허망한 빗방울이었다네

내 사랑은 이미지 - 바람의 풍경

내 사랑은   -김용택

몇 번 허물어진 흙담이었네

한 방울 이슬도 안 되는 마른 안개였네

어딘가 쌓이는, 베어지지 않는

어둠 속의 칼질에 흩어지는 꽃잎이었네

여린 바람에도 넘어지는 가벼운 풀잎,

기댄 풀잎이 누워도 따라 누워버리는

마른 풀잎이었네

내 영혼은 어디에도 쉴 수 없는 한줄기 시내,

그 시냇물 속에 뜬 한 점의 구름

그 구름의 풀어지는 그림자였다네

때로 내 얼굴은 그런 그늘에도

묻어가 버리는 물기였다네

내 사랑은 한낮 뙤약볕 뜨거운 자갈밭에

맨발로 서서 보는 들 패랭이꽃,

그 꽃잎 떨어진 빈 꽃대

그 부근의 희뿌연 설움,

그런 배고픈 귀울음이었네

끝없이, 끝도 없이 사랑을 찾아 헤매다

다시 끝을 보는 끝에서

처음을 여는 배고픈 첫새벽의

서리꽃 핀 나뭇가지에 웅크린 새였다네



나의 고향은 한때 바다였다네

몇 가지 색깔로 죽었다가

몇 가지 색깔로 다시 살아나는 바다

나는 어느 한 색깔로도 죽지 못하는 바다였다네

새벽 바다의 울음,

그런 가장 낮은 흐느낌

내 그리움은 가장 깊은 수심에서 일렁이는 물결

그런 숨 막힘이었네

내 외로움은 풀어지는 안개

모래밭에 떨어지는 허망한 빗방울이었다네

아아, 내 사랑은 깨끗한 새벽하늘에

새벽을 가르고 와 내 이마를 때리는

서늘한 별빛

그런 칼날이고 싶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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