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이란 것은 내가 그리워한 사랑이란 것을 하나하나 맞이 했다가 떠나보내는 세월 같은 것
▶ 삶은 바람 속을 걷는 머나먼 여정의 길.. 그 험한 길 위를 흔들리며 걷는 법
바람 속을 걷는 법 1
바람이 불었다
나는 비틀거렸고
함께 걸어주는 이가 그리웠다
바람 속을 걷는 법 2
바람이 불지 않으면
세상살이가 아니다
그래, 산다는 것은
바람이 잠 자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그 부는 바람에
몸을 맡기는 것이다
바람이 약해지는 것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그 바람 속을
헤쳐 나가는 것이다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볼 것,
바람이 드셀 수록
왜 연은 높이 나는 지
바람 속을 걷는 법 3
이른 아침 냇가에 나가
흔들리는 풀꽃들을 보라
왜 흔들리는지
하고 많은 꽃들중에
하필이면 왜 풀꽃으로 피어났는지
누구도 묻지 않고
다들 제자리에 서 있다
이름 조차 없지만
꽃 필 땐 흐드러지게 핀다
눈길 한 번 안 주기에
내 멋대로
내가 바로 세상의 중심
당당하게 핀다
바람 속을 걷는 법 4
그대여 그립다는 말을 아십니까
그 눈물겨운 흔들림을 아십니까
오늘도 어김없이 집 밖을 나섰습니다
마땅히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걷기라도 해야지 어쩌겠습니까
함께 걷던 것을 혼자 걷는 것은
세상 무엇보다 싫었던 일이지만
그래도 해야지 어쩌겠습니까
잊었다 생각 하다가도
밤이면 속절 없이 돋아나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천 근의 무게로 압박해오는
그대여
하루에도 수 십번씩 당신을
가두고 풀어주는
내 마음 감옥을 아시는지요
잠시 스쳐간 그대로 인해
나는 얼마나 더 흔들려야 하는지
추억이라 이름 붙인 것들은
그것이 다시는 올 수 없는 까닭이겠지만
밤길을 걸으며 나는 일부러
그것들을
차례 차례 재현해 봅니다
그렇듯 삶이란 것은
내가 그리워한 사랑이란 것은
하나하나 맞이 했다가
떠나보내는 세월 같은 것
떠날 사람은 떠나고
남을 사람은 남아
떠난 사람의 마지막 눈빛을
언제까지나 떠올리다
쓸쓸히 돌아서는 발자욱 같은 것
그대여
그립다는 말을 아십니까
그 눈물겨운 흔들림을 아십니까
바람 속을 걷는 법 5
어디 내 생에 바람이 불지 않은 적 있었더냐
날마다 크고 작은 바람이 불어왔고
그때마다 나는 두리번거리며
바람이 잠잠해지길 기다리곤 했다
기다리는 그 순간 때문에
내 삶은 더뎌졌고
그 더딤을 만회하기 위해
나는 늘 허덕거렸다
이제야 알겠다, 바람이 분다고
기다리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기다리는 이에게 바람은 더 드세게
몰아닥칠 뿐이라는 것을
바람이 분다는 것은
헤쳐 나가라는 뜻이다
누가 나가떨어지든 간에
한 판 붙어보라는 뜻이다
살다 보니 바람 아닌 게 없더라
내 걸어온 모든 길이 바람길이더라
-이정하 시집 '다시 사랑이 온다'
인생의 어느 머나먼 길 위에서도 말 못 할 바람이 그리도 세차게 불었던가
날 선 표독함으로 마음을 할퀴고 지나가는 바람이었던, 흘리는 눈물의 흔적을 지워 버린 바람이던..
생각해보면 삶이란 것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이 그리 흔하지 않음을..
세상사 살아가는 일이 그러하듯이 너무 늦게서야 알게 되는 모든 것들..
몇 번의 실패와 좌절을 겪고 난 후부터 넘어지는 일이 두렵지 않을 법도 한데..
나이 들어간다는 것은 우리 사는 삶에 바람 언덕에 홀로 서서 온 몸으로 흔들리는 아픔인 것을..
숱한 바람과 마주하고 스쳐 지나며 마음에 생긴 생채기는 바람이 잠들어 버린 한밤에도 멈추지 않는 듯..
바람의 풍경, 바람에 관한 좋은 시 이미지 글귀, 짧은명언
이정하 시인의 작품으로 제작된 카톡 메인 프로필 이미지 시용 시 바람의 풍경 로고는 훼손하지 말고 사용해주시기 바랍니다.
'시의 숲 Poem >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리운 그 사람 - 김용택 (0) | 2023.09.10 |
---|---|
겨울날의 희망 박노해 (0) | 2020.11.11 |
용혜원 함께 있으면 좋은 사람 (0) | 2020.10.20 |
가을에는 좋은 시 한편 (0) | 2020.10.14 |
알 수 없어요, 좋은시 한편 해설 (0) | 2019.02.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