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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숲 Poem/좋은시

가을비 시모음 비가 오면 생각나는 추천 시

by 바람속으로 2026. 10. 20.

 

너에게

- 정호승

​

가을비 오는 날

나는 너의 우산이 되고 싶었다

너의 빈 손을 잡고

가을비 내리는 들길을 걸으며

나는 한 송이

너의 들국화를 피우고 싶었다

​

오직 살아야 한다고

바람 부는 곳으로 쓰러져야

쓰러지지 않는다고

차가운 담벼락에 기대 서서

홀로 울던 너의 흰 그림자

​

낙엽은 썩어서 너에게로 가고

사랑은 죽음보다 더 강하다는데

너는 지금 어느 곳

어느 사막 위를 걷고 있는가

​

나는 오늘도

바람 부는 들녘에 서서

사라지지 않는

너의 수평선이 되고 싶었다

사막 위에 피어난 들꽃이 되어

나는 너의 천국이 되고 싶었다

 


 

“나는 한 송이 너의 들국화를 피우고 싶었다.”

​

화려하고 화사한 온실 속 화초가 아니라, 척박한 가을 들판에서 바람을 맞으며 피어나는 들국화입니다. 그 차가운 가을비 속에서도 기어이 환한 꽃송이를 틔워내듯, 너의 메마르고 쓸쓸한 삶 한구석에 가장 눈부신 위로와 기쁨의 꽃을 피워주고 싶다는 다짐입니다.

​

우산이 되어 비를 막아주고, 손을 잡아 온기를 나누며, 끝내는 너의 마음에 들국화 같은 환한 미소를 피워내고 싶다는 이 고백은, 가을비보다 더 깊은 울림으로 우리 마음을 촉촉하게 적셔옵니다. 가을비 오면 항상 생각나는 너무 좋은 가을 시 모음 추천 합니다.

​

 

 

가을비

- 도종환

​

어제 우리가 함께 사랑하던 자리에

오늘 가을비가 내립니다

​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동안

함께 서서 바라보던 숲에

잎들이 지고 있습니다

​

어제 우리 사랑하고

오늘 낙엽 지는 자리에 남아 그리워하다

내일 이 자리를 뜨고 나면

바람만이 불겠지요

​

바람이 부는 동안

또 많은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고 헤어져 그리워하며

한 세상을 살다가 가겠지요.

 

 


 

'한 세상을 살다가 간다'는 것은 바로 그런 것이겠지요. 누군가를 지독하게 사랑하고, 그만큼 깊게 그리워하다가, 다음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자리를 비워주고 바람 속으로 녹아드는 일 말입니다.

​

이별과 떠남은 나만의 고독한 비극이 아니라, 세상을 거쳐 간 모든 생명이 공유하는 다정한 숙명입니다. 비록 내일 우리가 떠나고 바람만 불지라도, 그 바람은 먼저 살다 간 이들의 온기와 앞으로 살아갈 이들의 숨결을 이어주는 따스한 통로가 되어줄 것입니다. 비내리는 가을에 보면 좋은 가을비 시 모음 추천합니다.

 

 

 

가을비를 맞으며

- 용혜원​

​

촉촉이 내리는

가을비를 맞으며

얼마만큼의 삶을

내 가슴에 적셔왔는가

생각해 본다

​

열심히 살아가는 것인가

언젠가 마음 한구석에

허전한 마음으로 살아왔는데

훌쩍 떠날 날이 오면

미련 없이 떠나버려도

좋을 만큼 살아왔는가

​

​봄비는 가을을 위하여 있다지만

가을비는 무엇을 위하여 있는 것인가

싸늘한 감촉이

인생의 끝에서 서성이는 자들에게

가라는 신호인 듯 한데

​

온몸을 적실 만큼

가을비를 맞으면

그대는 무슨 옷으로 다시

갈아입고 내일을 가야 하는가

 


 

​
내가 맞이했던 수많은 만남과 이별, 성취의 환희와 좌절의 눈물은 과연 내 가슴에 얼마만큼의 무게와 깊이로 남아있을까요? 때로는 비바람에 흔들리며 아파하기도 했고, 때로는 따스한 햇살에 감사하며 걸어온 길입니다. 그 모든 순간이 헛되지 않았음을, 지금 내 가슴을 채우고 있는 이 아련하고도 묵직한 감정이 말해주는 듯합니다. 가을비는 단순히 대지를 적시는 물방울이 아니라, 메말라 있던 우리의 감성을 깨우고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투명한 고백과도 같습니다.


비에 젖은 가을 풍경을 바라보며, 앞으로 남은 삶의 계절도 이 비처럼 잔잔하고 깊게 가슴에 채워가기를 소망해 봅니다.​

 

 

 

비
- 이정하

그대 소나기 같은 사람이여
슬쩍 지나쳐 놓고 다른 데 가 있으니
나는 어쩌란 말이냐
이미 내 몸은 흠뻑 젖었는데

그대 가랑비 같은 사람이여
오지 않는 듯 다가와 모른 척하니
나는 어쩌란 말이냐
이미 내 마음까지 젖어 있는데

 


 

당신은 마치 가랑비처럼 소리 없이 내 삶에 스며들었습니다. 내가 눈치채지 못할 만큼 조금씩, 그러나 분명하게 다가와 놓고선, 정작 지금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모르는 척 행동하고 계시네요. 그렇게 무심하게 구시니 저는 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당신을 향한 내 마음은 이미 가랑비에 옷이 젖듯, 걷잡을 수 없을 만큼 깊이 빠져버렸는데 말입니다.

 

 

 

가을비

- 홍인숙

​

얼마나 참았던 설움이면

소리 없이 안으로만 감아 도는가

​

실핏줄 마디마디 방울진 눈물

한자락 햇살 뒤에 숨어 내리는 너

​

실바람에 초조한 가을꽃처럼

채 마르지 않은 낙엽처럼

​

사노라면 모두가

떠나고 싶지 않은 것 뿐

​

어차피 지상의 것들은

네 눈물 속에 지고 피는 것을

​

가을꽃도 낙엽도

우리들의 삶도

​

그리움이라는 이름으로

그렇게 떠나가면서

 


 

살아가다 보면 우리는 누구나 이 찬란하고도 다정한 세상에 조금 더 머물고 싶어 집니다. 붙잡고 싶은 사랑이 있고, 아직 다 나누지 못한 온기가 있기에 모두가 본디 떠나고 싶지 않은 것뿐입니다.

 

세상의 계절이 바뀌어서 꽃이 지고 낙엽이 굴러가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내 마음의 눈물과 깊은 시선이 그들을 피우고 지우는 것일지 모릅니다. 내가 슬플 때 세상은 함께 저물고, 내가 아플 때 꽃잎은 눈물처럼 떨어집니다.

​

결국 세상 모든 풍경의 성쇠(盛衰)는 그것을 바라보는 인간의 유한한 마음, 그 애틋한 눈물샘에 맞닿아 있는 셈입니다. 가을의 눈물은 가을 비 시모음속에 있는 시 구절 처럼 빗물되어 흩어집니다.

​

가을꽃이 찬 서리를 맞으며 고개를 숙일 때, 푸르던 나뭇잎이 붉게 타오르다 지상으로 내려앉을 때, 그리고 우리들의 삶이 시간의 뒤안길로 서서히 걸어 들어갈 때 우리는 그것을 '상실'이나 '종말'이라고 부르며 소리 내어 울지도 모를 가을 좋은 시 입니다.

​

 

 

가을비 편지

- 이도연

​

울지 말아

가을에 흘리는 눈물은 너무 슬퍼

낙엽이 날리는 계절에

이별의 상처를 주지 말아요

​

그냥 그렇게

바람에 날리는 것들을 바라보게 해줘

외로워도 울지 않을래

가을비 오는 날에 흘리는 눈물은 빗물이 되니까요

​

눈물이 빗물이 되는 걸 아무도 모르지

흐르는 것은 눈물이 아니라

말없이 흐르는 빗물일 뿐

내 마음의 눈물이기 때문입니다

​

아무 일 없었다고 말하는 날들이

꽃잎처럼 피어나

빗물에 지워지는 건

당신의 사랑이 더욱더 그리워지기 때문입니다

​

그럴 때 마다

사랑을 눈물로 지워버리고 되돌아섰지

뜰 안에 꽃이 피던 날

가을비에 젖어 꽃이 질 줄 알았다면

사랑하지 말 것을 때늦은 후회를 합니다

​

그래도 사랑은 그런 거라고

한때는 예쁜 꽃이었으니

가을비 오던 날

살며시 꺼내어 그날을 기억합니다.

​

 

 

비와 그리움

- 윤보영

​

비가

창밖에 내리니

그리움도

가슴에 내리네요

​

우산을 준비할까요

그대 생각을 준비할까요

 


 

세상의 소음이 빗소리에 묻혀 아득해질 때, 마음의 밑바닥에 가라앉아 있던 감정들이 수면 위로 맑게 떠오릅니다. 그래서 비가 창밖에 내릴 때, 내 가슴에는 비 대신 그리움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

창밖의 비는 눈으로 보이지만, 가슴에 내리는 그리움은 보이지 않아 더 묵직하게 가슴을 채워옵니다.

그리움이 가득한 가을 비 시는 마음속 깊이 스며듭니다.

​

가을비가 시 처럼 내리는 날은 우산을 가만히 내려놓아도 좋겠습니다. 빗물 대신 그대라는 따스한 기억을 마음에 가득 채우고, 이 가을 비가 내리는 시간만큼은 온전히 그리움 속을 다정하게 걸어가고 싶어지는 그런 날 입니다. 가을은 그리움과 사랑으로 가득합니다.

 

비가 오면 항상 그 사람이 생각나는 가을 추천 시는 가을비 속으로 하나. 둘 빗방울 되어 흩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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